본문 바로가기

Bangladesh

한국은 情 의 나라이다.

말이 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이란게 어떤 건지 이 곳에 와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시골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감자 한 소쿠리, 계란 몇 알씩 받고 했단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늘 한국 가기 전 마지막 수업이었는데 한 학생이 집에서 파닥거리는 닭 두 마리를 손에 들고 수업에 왔다.

 

기관 직원들은 옥상에서 닭을 잡고, 벽돌을 올리고 나뭇잎을 땔감 삼아 닭똘까리를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들고, 학생들은 각자 물과 콜라를 사들고 왔다. 책상에 가만히 있기가 어색해 뭐라도 하려고 나가니 햇볕 아래 덥다며 굳이 사무실 선풍기 밑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오는 길 내내 그 영상들이 계속 스쳐 마음이 짠했다. 집으로 가는 계단을 한 층 올라왔더니 2층에서 주인아주머니는 점심을 먹고 왔냐며 차를 마시고 가라해 차와 망고 말린 걸 먹고 3층으로 한 층 올라왔더니 3층 아주머니가 루띠를 부쳐서 먹으라고 준다. 그릇을 들고 우리 집으로 올라와 내려놓기가 무섭게 앞 집 아주머니가 사과와 귤을 갖다 준다.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이게 오늘 일만은 아니다.

2년 간 계속 이렇게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살고 있었는데 새삼 오늘에서야 그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요며칠 비행기 값 하겠다고 물건을 팔았는데, 그 탓인지 가는게 실감이 나며 이 모든게 고맙다.

 

주인 집 딸이 선물해 준 매니큐어 하나, 500원짜리 귀걸이, 아랫 집 아저씨 동생의 부인의 오빠가 일하는 제약회사에서 받은  펜, 앞 집 아주머니 동생의 아는 사람이 대기업에서 일해 갖다 준 다이어리. 기관 남자 staff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준 시퍼런색 중국제인지 인도산인지 모르는 아이섀도우, 12시간 거리의 고향집에서 가져 온 망고 2개...

 

한국에선 별 거 아니어서 누구한테 줄 수도 없는 물건이지만, 여기선 말그대로 사돈의 팔촌으로부터 받은 좋은 물건들을 생기기만 하면 나에게 갖다 준다.

 

덥고, 습하고, 물에 잠기고, 벌레가 들끓어도 2년 넘게 살 수 있었던 '사람' 때문이 아닐까.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하루다.

 

 

[아랫 집 꼬마가 그려 준 ALO]

 

'Bangladesh' 카테고리의 다른 글

Ideal school  (5) 2012.09.12
방글라데시 리치 시즌  (18) 2012.06.15
방글라데시 선거 포스터  (3) 2012.02.04
방글라 과일 까탈(Jackfruit )  (13) 2011.06.01
비(雨)  (10) 201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