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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ladesh

비(雨)

이번 달에는 비가 많이도 왔다.
나는 비가 오는 걸 좋아하는데 보통 한국에서는 비오는 날에는 미스타페오에서 커피를 마시는 걸 공식처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거의 유일한 이 고상한 취향도 버릴 때가 왔나보다. 


여느 때처럼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천둥과 번개가 치고 정전이 됐다.

보통 비,바람,천둥 번개, 정전은 한꺼번에 찾아오고 길어야 내가 사는 지역은 전기 사정이 좋아 길어야 2시간 지속 되지만, 이 날은 특별히 11시간 정전,12 시간 단수와 더불어 4층에 있는 나의 집이 침수가 되었다.


[ 벽에서 물이 흐르고 문틈에선 물이 꿀럭 T-T]


4층 집의 침수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창틀과 벽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베란다 문에선 물이 꿀럭꿀럭 방으로 들어왔다.
현관문에선 옥상부터 쏟아져 내려온 물이 새어 들어오고, 주방에선 온갖 틈으로 물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이 상황을 한동안 그저 망연자실 지켜만 봤다.
오후 6시부터 전기가 나갔기 때문에 곧 들어오겠지 생각했던 전기는 비가 그친 밤 12시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한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타월, 옷가지 등 마른 천과 세숫대야를 들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 난리 中 과 난리 後 ]


거실과 주방과 다른 방은 다음 날 보더라도 침대방은 치워야 잘 데가 생기는 터라 수건으로 문과 창문틈을 막고 매트리스를 벽에 세우고 최대한 안 젖은 이불을 찾아 바닥에 깔았다. 

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 했는데 이사 와서 매트리스 비닐을 뜯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과 얼마 전 코이카에서 나눠준 충전식 전등이 밝아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한 혜윤이가 이 순간에도 긍정적인 걸 찾았다며 웃기다고 했다. 마음이 편해서 내가 살이 안빠지나보다. 



[ 학교 앞 거리 & 비 맞으며 일하는 릭샤 왈라]


비가 오면 내 방 뿐만 아니라 거리도 다 엉망이 된다.
하수시설과 배수시설이 안 돼 있어 거리는 오물과 폐수가 올라 오고, 그 물이 빠져도 한동안은 진흙더미 위를 다녀야 한다.
왠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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