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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방글라 6개월 :D

오늘로 딱 방글라 생활 6개월 하고 하루 째다.
정확히 1시간 정도 지났다.

오늘이 마침 금요일(12시가 지났으니)이라 아침에 일어나서 최근 읽은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의 내용과 지금 방글라 생활을 비교해 6개월 기념 포스팅을 하려고 했었다.

,그랬었다.

팔 위로 개미가 기어 가도, 도마뱀이 내 천장을 운동장 삼아 뛰어도, 벼룩이 발등을 물어 뜯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가끔은 단원들끼리 행운의 모기인 뎅기가 나에게로 와서 태국구경을 시켜주면 좋겠다는 농담도 한다

어제는  손가락 두 마디만한 벌이 들어와서 왼손에는 바퀴약을 오른손에는 모기약을 들고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한 시간 여만에 스프레이를 다 쓰고, 벌은 질식사 했다.
같은 날 나는 월든에서 7년 동안 가렵다는'' 에 대해 읽었는데 혜윤이는 그 날 고아원 아이들이 옴이 심해 씻기고 약을 발라 주었다고 했다.

나는 '그래, 이젠 겪을 거 다 겪었다.' 라고 자만하며 6개월을 맞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새벽 4시에 한 참 자고 있는 엄마와, 서울의 sos 에 당직 상담원에게 전화를 한 차례 돌리고 우두커니 침대에 앉아 있다가 컴퓨터를 켰다. 나는 1시간 전에 지네에 물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병원가서 주사를 맞아라' 또는 '한국 지네는 죽을만큼의 독은 없다' 등의 나에겐 소용 없는 말 뿐이었다
작년에 나무 밑에 주차하고 나오다가 목에 봉침을 맞은 이후로 벌에겐 큰 알러지가 없는 걸 알았는데 지네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팔은 뭔가 침 자국이 선명하고 손바닥만큼 부어올랐고 약간 저린 느낌은 있는데 왠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바퀴약을 잔뜩 맞고 똥그랗게 몸을 말다가 죽은 지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잠이 안 온다.

옷의 실밥만 스쳐도, 베갯닢만 닿아도 소름이 끼친다.

방글라 6개월 째, 다짐도 감상도 없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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