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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ladesh

방글라에서 EMS 찾기


삶이 지루하고 늘 같은 일상에 지칠 때, 10박 11일 방글라 행을 추천한다. 뭐 하나 쉽고 간단한게 없다 :)

오늘은 우체국에 소포를 찾으러 갔다 왔는데 멀고도 긴 여정이었다.

국제 우편을 보낼 때 보통 배 편이 아닌 이상 EMS 로 보내는데 미국 대도시는 이틀, 중국은 사나흘 만에 도착한다.
여기는 소포가 오면 우체국에서 받아서 종이 쪽지로 전달하는 시스템인데 내가 종이를 받아든 것은 11월 11일 이었다.
그 종이에는 버젓이 10월 25 일 다카에 도착이라고 써 있었다 -_-  다카시내에는 우체부 아저씨가 한 분인가 보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쉬는 날이라 못 가고 오늘 찾으러 갔다.
여기는 거의 모든 소포를 뜯어 보기 때문에 내가 찾기 전에 박스가 개봉 된다. 선배단원 말에 따르면 일주일 정도면 쥐가 다 먹고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보통 소포 찾는데 한나절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날 찾고 싶으면 아침에 가라고 조언도 해 주었다.


[GPO를 동행해 준 릴리(미경)언니]

GPO 에 도착하니 생각 외로 크고 멀쩡했다. 하지만 안내 데스크에서 부터 나를 어디론가 보내고 보내고 보내고 보내더니 비둘기 둥지 같은 건물에 앉으라고 했다. 실제로 실내에는 수십 마리의 새와 고양이 그리고 쥐가 드나들고 있었다. 


[정체모를 문서에 싸인만  열 댓 번 !!]

소포 하나 찾는데 방을 수십번 옮겨 다니고 여기에 싸인 저기에 싸인을 끊임 없이 반복했다. 한 시쯤 우체국에 도착했는데 시계는 어느 새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참지 못하고 완전 심하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내 짐 언제 가져 올거야! 내 짐 있어 없어? 나 4시에 미팅있어"
사실 더 하고 싶었으나 내 방글라어는 너무나도 짧았다.


[ 기다림의 연속 ( 그 놈의 스탬프 좀 그만 찍어라)]

한바탕 화를 냈더니만 누군가 와서 빨리빨리 해주라고 말을 한다. 무언가 글씨도 좀 빨리 쓰는 것 같고 움직임도 빨라졌다. 내가 대사관으로 소포를 보내서 대사관 직원인 줄 알았나보다. 그래도 계속 자리를 옮기며 대기에 대기를 거듭했다.


[ 봐도 모른다. 보는 척 좀 하다 싸인 그리고 또 싸인 ]

갑자기 우체국 택배의 문자서비스가 그리워졌다. 새삼 한국이 참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구나 라고 느꼈다.

같이 있던 미경언니가 저거 니 소포 아니야? 라고 해서 보니 내 소포가 칼질 안 된 태초의 상태로 테이블에 있었다. 
이게 웬일. 대박이다. 여기는 받는 소포에도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소포가 안 뜯어져 있으면 책이나 노트라고 하고 세금도 적게(정상적으로) 낼 수 있고, 쥐의 습격도 피했으니 완전 대박 난 것이다.


[ 우체국 직원 ]

소포 하나 찾으려면 몇 명의 직원을 만나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싸인 하는데 마다 사진을 찍었으나 그 분들은 다 올리면 밤새 사진을 업로드 해야 할 것 같아 다 올리지 못 할 정도다. 그래도 이제 소포도 보이고 여권 사본을 내 놓으라는 걸 보니 최종 단계가 눈 앞에 있는 듯 했다.
 
정확히 15분 전 4시에 짐을 찾았다. 3시간 정도 밖에 안 걸렸다.
그리고 보통 1000TK-1500TK(이만원-삼만원) 정도의 세금을 낸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어 강사이고,꾸밀라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것이고, 방글라에선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발런티어고, 이 짐은 책과 노트와 펜이라고 끊임 없이 재잘 댄 결과 350TK(7000원)만 내고 나왔다.  정말 알라가 날  도왔나 보다 ^-^


[ 5kg 의 짐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CNG 에도 짐 앉고 타기 !!]

정말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소포 찾기가 끝났다. 집에 돌아가는 내내 너무 기뻤다. 소포 이전에 이 소포를 오늘 내에 찾은 것에 너무 감사했다. 함께 길고 지루한 소포 찾기를 함께 해 준 릴리께도 너무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포를 챙겨 보내주신 분께 큰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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