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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빨래에 집착을 버린 날

한국에서는 그냥 비가 오는 게 좋았다. 방글라데시에 와서 약간 세부 수정된 사항이 있다면, 바람 없이 내리는 비가 좋다.
비바람이 치면 방으로 물이 쏟아지니까 :) 환풍구에서 주방으로 폭포처럼 물이 새니까 :)

그건 그렇고, 빨래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한 마디로 나는 아주 빨래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중국에 있을 때도 외국친구들이 넌 빨래하러 왔냐고 할 만큼 난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옷에 집착한다. 신발도 마찬가진데 한국에서 나는 최근 5년 동안 운동화는 늘 운동화 빨래방에 맡겼었다. 신발 빨래가 아주 귀찮거니와 나름 아이스크림 한 번 안 먹는 값으로 시각적으로도 깨끗하고 향균처리도 했다고 하고 더구나 뽀송뽀송한 신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글라데시 오기전에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단원이 방글라는 습기가 많아서 모든 물건과 옷, 그리고 빨래에도 곰팡이가 생긴다고 했다. 난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우기에라도 드라이클리닝을 해야겠단 생각에 세탁소의 유무여부를 물어봤다가 비웃음을 샀었다. 지금 우리 동네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 선배단원이 그나마도 참 젠틀하게 비웃어 줬구나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해가 나면 내 얼굴이 탈 지언정 이불과 빨래를 다 옥상으로 가져가 완전 건조를 시켜야 직성이 풀린다. 이불을 널고 수업에 왔다가 비라도 오면 수업 내내 그 생각에 학생들에게 비, 옥상, 이불, 빨래등의 단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 내가 비가 쏟아지는 오늘 빨아야 할 신발과 발판을 들고 옥상으로 갔다. 더러운 신발이 빗줄기에 씻기는 걸 2층 집 주인 아줌마 딸과 (얘는 까탈 씨앗 말리던 거 걷으러 올라왔다) 한참 지켜봤다. 
일년 전 운동화 빨래방에서 운동화를 찾으러 간다던 나에게 어이없어하며 그 돈 나주면 내가 빨아주겠다고 한 하니가 오버랩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빗물에 내가 빨랫감을 맡긴 게 영 이상하고, 재미있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과연 난 운동화 빨래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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